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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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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청년창업을 기대하며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15-05-12 07:54
조회수
3351

광주의 청년창업을 기대하며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수많은 별의 탄생과 죽음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지와 가스가 압축되면 성운을 이루고 이것이 고도로 수축되면 4개의 수소핵 융합반응이 일어나 별이 탄생된다. 갓 태어난 별은 평생 80%의 에너지를 우주를 밝히는데 쓴다고 한다. 수소핵 융합이 끝나면 헬륨을 발사하고 후에 임종을 맞아 블랙홀 등을 남긴다. 서울대 이시우 박사는 “태어나는 청년별이 있기 때문에 우주는 인지되고 존재한다”고 말한다. 경제도 마찬가지. 누군가 기업을 시작해야 사라지는 기업의 공백을 채울 수 있다. 아이디어 하나로 핵융합을 일으킬 수도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청년 창업은 그래서 중요하다.

지난 번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에 대해 말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고 그런 다음 문을 닫으면 끝이다. 거대한 코끼리를 어떻게 작은 냉장고에 넣을 수 있냐고 반문한다면 질문의도에서 벗어난다. 통념적인 논리로 접근하지 말자는 것이다. 청년 창업이 그렇다. 실패확률 90%라 하니 안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면 가능성 10%마저 사라진다. 우리 경제는 녹슨 냉장고가 될 것이다.

며칠 전 고등학교 선배 한분을 만났다. 하남산단에서 자동제어기술로 기업을 일군 분이다. 초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들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물었더니 “많은 실패를 하다 보니 길이 보이더라”고 답했다. 소위 말하는 실패학(Failure Study) 공부 덕이라는 얘기다. 하타무라 요타로(畑村洋太郞) 도쿄대 명예교수가 2000년에 이 단어를 거론한 이 후, 창업에서 실패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해서는 안 될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연구하는 풍토가 일고 있다. 따지고 보면 10% 가능성이란 것도 결국 90%의 실패를 통해 얻어낸 산물일 것이다. 그래서 청년창업가들에게 실패를 먼저 공부할 것을 권한다. 성공사례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초기부터 실패사례 90%를 연구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실패의 맛은 쓰다! 근육에 힘이 안 들어가고 정신의 멍해짐이 지속된다. 나에 대한 자존감에 불신이 생기며 사회는 나를 회색빛으로 보려한다” 실패한 5년차 창업가의 고백이다. 초기 어려움이 닥치면 융자기관은 어느새 눈치를 챈다. 더욱 심하게 상환독촉을 해 대고 주위에서는 혀를 찬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니 재기조차 어렵다. 실패를 공부할 틈도 주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창업 실패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그들을 보는 시각도 바꿔야 한다. ‘빛나는 아이디어’와 지혜로운 ‘열정’이 검증됐다면 결과에 대한 짐을 지역사회가 나눠질 수 있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실패하더라고 정부지원금을 반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실패한 기업인들이 모여 토론을 통해 재기하도록 ‘페일 콘(FailCon)’이라는 컨퍼런스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선진(先進)시는 잘못 풀리는 것에 대해서는 자치단체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본다. 다행히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여러 청년창업 지원기관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격려 중이다. 은행권 청년창업재단이 상환자금 연기 등의 방법으로 재기를 돕고 있다. 창업지원 만큼 실패자를 위한 재기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밤하늘의 별은 스스로 먹을 식량을 갖고 태어나지만 청년 기업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 보육해야 하고 실패하더라고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80%의 에너지를 우주를 위해 사용하는 별처럼 GRDP 전국 꼴지인 광주에서 빛을 낼 수 있지 않겠는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가? 광주는 ‘더불어 행복한 도시’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것이 무등(無等)의 정신이다. ‘다시 태어남’의 논리는 명쾌해야 한다. 거의 모든 새로움의 공통분모는 ‘경제’이고 핵심은 ‘청년 일자리’다. 기존의 기업은 키우고 새로운 기업들은 태어나야 한다.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과 동시에 미래를 위한 ‘사과나무’도 심어야 장단기 대비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