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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도 ‘더불어’ 사는 방법이 있다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15-09-08 13:16
조회수
3100

기업에도 ‘더불어’ 사는 방법이 있다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평일인데도 일부 건물의 정문들이 닫혀있다. 지붕마저 낮아 보인다. 동행한 분은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한 때 잘 나갔는데요.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가슴이 애리는 게 비바람 탓만은 아니다. 광주 광산업과 가전산업 얘기다. LED 분야 매출액이 2011년 1조3천억원에서 지난해 9천억원으로 줄었다. 중국산에 밀린 탓이다. 생산액 4조9천억원으로 GRDP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가전산업 역시 삼성의 해외 공장이전으로 위기에 처했다. 그들은 밤잠을 설치며 고뇌한다. “어제 몇몇 친분 있는 사장들끼리 모였습니다. 서로 돕기로 했죠.”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또는 더불어서 변화를 모색 중이다. 그들의 눈물 나는 사투(과감히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를 정리해 옮긴다.

위기에는 예고가 없다. 그러나 징후는 감지된다. 감지능력은 생존조건이 된다. 명품기업들은 일찍부터 이 징후를 읽어냈다. 그리고 변화를 택했다. 첫째 화두는 ‘자생력 갖추기’다. 대기업 납품업체였던 H사 대표는 말한다. “목줄 잡히면서 사는 게 힘들었죠. 그래서 우리만의 기술력으로 우리 제품을 생산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기업형태를 바꿔 나갔다. 연구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S사의 경우는 기존의 냉장고 부품제작 기술로 외연을 넓혔다. 절대 깨지거나 상하지 않는 가정용 도마를 자체 생산했다. 디자인 능력도 키워 가구까지 제작할 계획이다. 대기업 협력업체 사장들은 처음에 이렇게 말했다. “눈치 약간만 보면 되는 건데 굳이 고생을 사서 하느냐?” 그래도 이들은 닥쳐올 위기를 예견하고 ‘자생력 갖추기’로 밀고 나갔다. 단순부품 생산능력을 B2C형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자사 브랜드로 상품도 제작했다.

기업 한번 제대로 해 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발이 부르텄지만 눈칫밥 안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대기업이 납품을 줄이거나 거부해도 살아남을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 부정적이었던 동료 사장들은 땅을 쳤다. 위기가 막상 닥치자 시간이 그들의 변화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째 화두는 ‘협업정신’이다. 업체들 스스로가 위기 극복에 나섰다. G사는 동료기업들에게 패키지형 제품을 만들자고 제안해 동의를 얻어냈다. 광산업은 연결부품(Liner)들이 많다. 케이블, 스플릿터, 점퍼코드, 컨넥터 등 개별기업의 제품군을 묶어서 하나의 시스템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들과 해외마케팅도 공동으로 나설 수 있다.

F사 대표는 기능적 협업(Funtional Alliance)을 강조한다. “크게 다시 짜야합니다. 뭉치면 해외 제품들을 이길 수 있습니다.” 잘 아는 기업끼리 스스로 M&A를 통해 구조조정을 한다. 필요한 기술은 서로 공유한다. 패키지 상품이 개별 우수상품의 결집체라면 기능적 협업은 생산에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잘 하는 분야를 통해 돕는 것이다. 협동조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셋째는 ‘수출’이다. P사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에 사활을 걸었다. “자신 있는 제품을 개발한 후 호주를 뚫는데 사력을 다했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7개의 특허를 따내고 호주 기업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내수가 줄수록 수출의 중요성은 커진다. 2012년도에 광산업 내수는 91%. 그러나 2014년도에는 55%로 줄었다. 수출만이 살길이라 판단한 선택은 백번 옳다. K기업 대표는 말했다 “방법이 없죠. 무조건 해외에 나가서 만나고 사정하고 서류 보내고…전천후로 뛰어야 합니다.” 이들이 진정한 애국자였다.

기업체질을 개선하는 방법 중에 좀비기업 퇴치가 있다. 한계기업이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은행채무로 버티며 남의 피를 수혈 받아 겨우 목숨을 연명해 나간다. 산업계 전반의 부실을 유발하기에 정리돼야 한다. 광주의 경우는 다르다. 태생적 한계기업이 아니고 위기도 외부환경에서 비롯됐다. 그렇게 인식돼서는 곤란하다. 퇴출 이전에 살아남도록 도와야 한다.

덧붙이자면 광주에는 ‘광주정신’이 있다. 더불어 상생하는 정신이다. 기업이나 노사, 사람 간 조직도 마찬가지다. 주먹밥 속에는 위기를 극복하자는 공통된 의식들이 밥 알갱이처럼 견고하게 뭉쳐져 있다. 모두 나눠 먹으면 좋겠다. 광주만의 성공 모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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