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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산업, 간극 좁히기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15-11-10 15:43
조회수
3325

문화와 산업, 간극 좁히기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밤이 되면 적막하다. 버스도 많지 않아 교통마저 불편하다. 많은 외국 근로자들은 퇴근 후 집에 가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근처에 커피숍 등의 문화공간도 없다. 택시를 타야 가까운 다운타운의 화려한 불빛을 볼 수 있다. 근무지 주변은 적막강산. 그러니 청년들이 이곳에 취업하고 싶겠는가? 미스매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광주 첨단과 하남 산업단지 내 환경이 그렇다는 얘기다.

산업과 문화 간 영역이 너무 확연히 구분돼 있다. 지리적 경계는 현실적 영역마저 구분한다. 산업부 디자인 부문 기업지원 공모에는 소수 업체만이 응모한다. 문화 분야의 많은 사업가들은 산업 쪽을 기웃거리는 데 주저한다. 두 쪽을 보는 각각의 시각에도 간극이 있다. 성과보고서 제출이나 물건을 만들어 사업화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규정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산업계도 문화가 주는 창의성을 체험하지 못한다. 물건을 만들고 파는 모든 과정이 문화와 연결돼 있다는 생각까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 문화와 산업의 한계가 도출된다. 융합이란 단어는 아직도 생경하다.

“스마트폰과 TV가 저성장 시대로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창립 46주년 기념 임직원 대상 메시지로 이런 화두를 던졌다. ‘차원이 다른 변신’을 강조했다. 경제계의 관심이 쏠렸다. 삼성이 던진 화두는 주력제품의 기술개발보다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본질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술은 장난감의 ‘레고’처럼 유통되는 시대가 됐다. 각기 다른 기술 레고들을 모아서 TV나 스마트폰을 만드는 형식이다. 그 차이는 디자인 정도에 국한된다. 수준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 중국산 생산품들이 그렇다. 그러니 기술개발에만 전념할 수 없다는 의미다. 상품이 삶 속에서 평가받고 디자인은 유혹적이어야 한다. 산업계에 문화가 접목돼야 한다. 인적교류와 이업종 기술간 융합작업이 필요하다.

디자인 비엔날레의 산업계 접목시도는 그런 점에서 훌륭하다.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광주의 B2C분야 제조업 제품들을 담당했다. 그들의 손길로 LED 상품에 글로벌 미각이 더해졌다. 이 제품들은 당연 세계 일류를 지향할 수 있다. 경영에서부터 제품기획, 생산과 디자인 등의 전 과정에서 제조품은 소비자 문화를 만나고 그 트랜드와 포옹해야 한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는 아직도 산업계의 심장 박동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서부 개척시대의 프런티어 정신으로 젊은이의 도전은 끝없이 이어진다. 얼마 전 벤치마킹 차 들른 산호세시의 지역발전총괄국장은 말했다. “저희는 기업을 위해 뭘 해 준 건 없습니다. 가장 좋은 지원은 도로나 치안, 교육 등 좋은 생활환경입니다. 그래야 기업들이 옵니다” 기업지원이 R&D나 사업화 지원 지원 등으로만 생각했던 우리는 적잖이 놀랐다. “정말 없느냐?” 다시 물었다. 대답은 단호했다. “정말 없습니다. 문화적 환경조성이 기업지원의 전부입니다”

우리와는 물론 환경이 다르다. 그러나 맥락은 같다. 광주 이전을 고민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많아질 것이다. 한전의 협력업체들이 대기 중이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자동차도 전문부품업체 이전이 필요하다. 조건이 맞으면 온다. 자녀교육과 환경 등 문화 향유가 중요한 조건이 된다.

광주는 문화중심도시다. 자생적으로 붙여진 이름은 아니다. 그러니 노력해야 한다. 지금껏 취해온 광주의 자세는 허약하다. 문화수도 언급 직 후 프랑스 퐁피두센터를 취재간 적이 있다. 건물자체도 독특했지만 광장 곳곳에 실험적 문화공연에 열중인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터 주변에도 청년문화가 꽃 피어야 한다. 정부도 이런 점에 착안해 혁신산단을 구상 중이다. 젊은이들이 근무하면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산업지구를 리모델링하는 작업이다. 하남산단이 선택 받았다. 일과 공부, 그리고 청년문화가 공유되는 산학융합지구가 필요하다. 용도폐기된 저수지를 메우면 가능하다.

첨단 산업단지에도 청년들이 즐겨 찾도록 해야 한다. 국제 수영장이 관심이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국제수영대회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정부가 예산지원으로 답해야 한다.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미래를 보자. 산업단지 청년문화 부흥을 위해서도 예산 지원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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