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정보마당 지역기술 혁신과 일자리 창출의 산실

보도자료

  • 본문확대해서 보기
  • 본문축소해서 보기
  • sns 공유하기
  • 본문프린트하기
삼성가전 협력업체를 위하여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16-03-07 11:16
조회수
2771

삼성가전 협력업체를 위하여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충격은 내재됐다. 삼성가전 긴급지원 상황실을 마련해도 전화 한통 없다. 협력업체 사장들은 만나길 꺼려한다. 이미 늦었다는 반응도 있고 눈치 보느라 입을 닫는 기업도 있다. 수년 전부터 준비하지 못했다는 자성 탓에 분노는 체념에 가깝다. 해외이전을 준비 중인 삼성의 자세는 묵직하다. 그 행보는 신비롭다. 우량 협력업체들도 이미 선별해 베트남으로 이전 중이다. 프리미엄급 생산약속도 발표한다. 지역의 여론을 다독일 줄 아는 삼성의 수준은 높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한 가지, 피해 발생은 필연적이다. 물량감소로 사출분야는 몰락 직전이다. 수천명 근로자의 속이 타들어 간다. 대책마련도 쉽지 않다. 2,3차 협력업체에 대한 삼성의 보안 탓에 그들을 알 수도, 만날 수도 없다. 현장을 모르니 지원계획은 모호하다. 그러나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의지는 강하다. 아직 희망은 있다.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의 건설은 최첨단 기술의 확보가 아니라 제도적인 혁신으로 기술을 통합하는 데 있다.” 경희대 임마누엘 교수의 얘기다. 삼성이 광주에 준 것은 부품을 만드는 기술력과 디자인이다. 생산라인이 철수하더라도 이것들은 광주의 몫으로 남는다. 반면 삼성은 중소기업간 장벽을 남겼다. 기술들은 흩어져 있다. 납품을 조건으로 협력업체간 소통을 차단했다. 누가 어디서 뭘 만드는지 알 수 없다. 이 상황들은 임마누엘 교수의 말과 맥이 닿아 있다. 기업 간 장벽을 허물고 기술력을 모은다면 지속가능한 도시건설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삼성의 해외이전이 광주산업계에 변화를 몰고 오지 않을까요?” 지난해 말 P씨는 이 말을 던지며 그동안의 안이함을 자성했다. 광주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은 중요하다. 그러나 중견기업의 독자 브랜드는 더욱 중요하다. 크고 작은 광주만의 제품들이 많이 양산될 때 산업계 하부구조가 튼튼하게 된다. 산업 생태계도 작동한다. P씨와 같은 자성들이 변화를 유도한다. 위기의 전조가 커질수록 움직임은 크게 감지된다. 산업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광주만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죠. 그럴 수 있습니다.” K씨는 광주가 갖고 있는 높은 기술과 부품 경쟁력으로 광주만의 상품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에어가전 분야가 제시되고 있다. 이 제안에는 조건이 붙는다. 기업끼리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 제품을 중견기업이 기획하면 관련 중소 부품업체들이 현물로 투자해서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가 돼야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규모화가 제도를 통해 완성되는 형식이다. 여기에 엔젤펀딩 등의 자금도 유입될 수 있다.

“그런다고 그 제품이 잘 팔릴까요? 대기업 브랜드도 안 팔려서 해외로 나가는데요.” S씨는 해답을 내놓는다. 대기업의 해외이전은 가격경쟁력 탓인데 높은 사원임금이 주된 원인이고 부품단가 때문은 아니라는 것. 때문에 대기업에 납품한 단가로만 중소기업들이 부품을 내놓는다면 중국산 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나 유관기관의 마케팅 협조도 필수적이다.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호반이나 중흥 등의 아파트 건설업체 관심도 필요하다. 총체적인 협조를 배경으로 한 ‘광주형 위기극복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시를 중심으로 한 대책반이 가동 중이니 가시적 성과를 기대한다.

“광주형 제품만으로는 업체 모두를 살릴 수 없죠. 사업다각화가 중요합니다. 자동차 부품 쪽 지원도 필요합니다.” 외제차 부품 역설계와 인증지원이 관건이다. K씨는 현대차 SQ인증을 받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 왔지만 힘들다고 호소한다. Y씨도 외제차 부품 역설계와 인증을 위해 뛰고 있지만 장벽은 높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월 ‘특정브랜드 부착상품이 아니더라도 품질이 동일한 유사한 부품을 사용할 경우’ 이를 허용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제30조를 개정했다. 비싼 외제차 부품으로 소비자와 보험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기단계여서 가능성이 높다. 광주가 선점해야 한다. 국토부의 인증기관인 사단법인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와의 교류가 필요하다. 창원시처럼 이 협회와 손잡고 국제자동차부품박람회 등을 준비해야 한다. 인증 전에 수입차부품 역설계도 지원해 줘야 한다. 이 같은 작업을 위해서 부품업체간 조합형태의 규모화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