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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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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청년창업과 이미테이션 게임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16-03-16 17:15
조회수
3061

광주 청년창업과 이미테이션 게임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그는 1952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체포되어 여성호르몬을 정기적으로 투여받는다. 일종의 ‘화학적 거세’다. 2년 후 스스로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먹고 목숨을 끊는다. 일각에서는 애플사의 ‘한 입 베어 먹은 사과’가 그를 기리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의 주인공 앨런튜링. 나치의 암호 ‘애니그마’를 풀 수 있는 ‘튜링 머신’ 해독기를 만들면서 컴퓨터에 대한 기본 구상을 발표한다. ‘적절한 기억 장치와 알고리즘만 주어진다면 어떠한 계산이라도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기억장치는 하드웨어이고 알고리즘은 소프트웨어다.

이 발표로 그는 ‘컴퓨터 과학(전산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1966년 미국계산기학회는 그의 이름을 딴 튜링상(Turing Award)을 제정해 그를 기리고 있다. 사후 59년 만에 사면도 받았다. 기본구상을 발표할 때 그의 나이는 24세, 청년이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날 구글은 “이제 달에 착륙했다”는 말로 승리를 자축했다. 튜링머신에서 인공지능(AI)까지 진화됐지만 착륙 후의 과제는 걸어온 길 만큼이나 도전적이어야 한다. 인간의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강(强) 인공지능이 목표지만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알고리즘 조합으로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은 누구든 시도할 수 있는 내용이다. 수천가지 패턴을 데이터로 만들고 알고리즘을 통해 행동양식을 판단하는 이 같은 것들은 약(弱) 인공지능이라고 볼 수 있다.

인류의 편익성 추구가 개발 이유지만 속내는 경제적 이득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로봇이나 크고 작은 생활용품 하나 제대로 만들면 소위 ‘대박’이 될 수도 있다. ICT를 이용한 단순 모듈 제작만으로도 성공이 보장된다. 인공지능 스타트업(청년창업)이 관심을 받는 이유다.

광주 청년들을 위한 지식산업센터가 곧 문을 연다. 젊은 창업가 지원이 주 역할이다. 도시는 청년들의 열정과 꿈을 먹고 성장한다. 성장 사다리에 많은 이들의 도전을 허락해야 한다. 청년 스타트업의 마중물 역할을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담당하고 일련의 지원사업들이 일상화돼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몇 가지를 광주 지역사회에 제안한다.

첫째, 실패 극복의 프로그램이 초기부터 준비돼야 한다. 신용불량자로 귀결되지 않는 방어막이 필요하다. 자금지원과 기술력 거래, 사업간 융복합 등의 재기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좋겠다. 튜링머신도 그랬다. 영국 정부의 백업 프로그램은 탁월했다. 많은 인명을 구했던 암호 해독기는 수차례의 실패로 탄생됐다. 그 흐름은 물 흐르듯 자유롭다. 환경조성이 돼야 젊은이들이 몰린다. 선택과 집중도 가능하다.

둘째로 과학분야 영재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지역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튜링이 수학의 천재였듯이 이공계 인재들이 이 분야에 나서길 권한다. 명석한 청년들이 의사와 공무원만을 쫓는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 그들의 창조성에 주목해야 한다. 구글이 이세돌을 택한 것은 그가 창의적이어서다. 예상치 못한 한 수가 알파고의 고정된 경우의 수에 혼란을 줬기 때문에 4국 승리를 이끌 수 있었다. 광주 청년들이 창조적인 이 한수를 찾는데 관심을 두면 좋겠다. 여기에 협업을 더해야 한다. 영화 속 암호해독 팀처럼 서로 간 꿈을 꾸며 격려하는 게 중요하다. 융합지원 프로그램은 단편적인 고급 기술들을 꿰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기술을 모을 줄 알고 이를 융복합해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도록 발전시키는 데 성공 포인트가 있다.

셋째, 펀드가 동반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의 편드는 투자와 컨설팅을 겸하고 있다. 매 같은 눈으로 기술의 사업성을 분석하고 성공을 위해 조력한다. 유능한 엔젤펀드 운영가들이 청년 스타트업과 동행하는 시스템 개발이 중요하다. 인공지능 시장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중요하다. 벤처 캐피탈과 광주 대기업들의 참여유도를 기대한다.

컴퓨터가 인간에게 답하는 시대를 맞이해 광주 청년들이 이미테이션 게임을 시작했으면 한다. 컴퓨터의 대답이 인간의 대답에 얼마나 가까워 질 수 있을까? 스타트업을 통해서 이런 답을 추구하는 청년문화가 광주에서 불 붙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