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바란다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2005년 삼성은 광주를 배려했다. 그 기억은 유쾌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미래 리포트, 10년 후 광주전남” 프로젝트를 대가없이 진행했다. 6명의 연구진이 한 달 동안 매달려 보고서를 냈다. ‘문화광주, 관광전남’의 키워드가 제시됐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다큐멘터리 10편이 KBC를 통해 방송됐다. 반향은 컸다. 문화를 ‘밥’과 연계시키고 어메니티(Amanity)를 활용한 관광전략이 수립됐다. 한의 문화를 흥의 문화로 바꾸자는 구호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삼성이 지역방송사의 제안에 응한 이유는 ‘낙후된 광주전남을 위해서’다. 삼성 가전공장이 광주에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21세기 기업 화두는 ‘명성(名聲)’이다. 브랜드가치 못지않게 명성가치(Reputation Equity)가 부상 중이다. ‘착한투자’는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다.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광주. 과거 지역 정서적 측면에서 영 호남간 자유롭지 못했던 관계 등을 볼 때 삼성 광주공장은 여러 상징성을 지닌다. 광주의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었다. 고향을 등지지 않아도 됐다. 협력업체 매출액이 늘고 가전부품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 됐다. 광주시와 시민들은 그런 삼성에 대해 고마워했다.
삼성은 세계적이다. 국명(國名)에 앞선 가치를 지닌다. 그 힘의 그늘 아래서 국민들은 애증을 갖는다. ‘삼성 공화국’은 한 때 괴리감의 표현이었다. 성장중심 경제정책이 민생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이 단어들은 순화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다시 악화될 조짐이다. 수 조원에 달하는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그렇다. 어떻게 오너가 책임질 것이냐가 관심거리다. 삼성 광주공장의 베트남 이전도 같은 맥락에서 지켜보게 된다. 이윤추구는 기업의 생리다. 해외이전은 그런 이유로 당위성을 갖는다. 광주 시민들도 삼성의 성장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협력업체 매출이 줄고 문 닫는 2,3차 업체들이 늘고 있다. 많은 일자리가 줄고 있고 특별한 대안마저 없다. 베트남까지 동행하지 못한 협력업체들의 한숨 소리는 깊어지고 있다. 다시 삼성을 부르는 광주시민들의 목소리들이 커졌다. ‘공화국 삼성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애원과 분노를 수반한 외침은 복잡하지 않다. 지속적인 동반자로 남아달라는 요청이다.
이재용 체제의 삼성은 최근 변화를 모색 중이다. 스마트폰과 텔레비전, 반도체 등 기술 중심 제품생산의 한계는 일반화됐다. 일등상품 집착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로 초기에 진입하고 선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거치는 크고 작은 실패와 시행착오는 오히려 거점확보의 지름길이 된다. 과도한 비밀주의는 미숙한 선전주의에 당하기 쉽다. 정치권보다 앞서가길 바란다. 실체유무 거론 자체가 삼성이 보기엔 우습겠지만 자동차 전장부품에 대한 광주시민의 기대는 절대적이다. 자동차 100만대 예비타당성 조사결과도 곧 발표된다. 이미 60만대가 생산 중이고 중국차까지 합류할 예정이다. 완성차 공장이 있고 부품 기술력은 오랜 기간 다져온 노하우로 우월적 위치에 있다. 삼성의 광주공장은 전장부품 분야와도 가깝다.
미래 자동차 부품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요약된다. 수백만 킬로미터를 달린 후, 안전성을 테스트 받아야 한다. 넓은 범위의 자율기반 도로시스템이 준비돼야 한다. 광주는 자동차다. 지자체가 자동차에 올인 할 준비는 이미 끝났다.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 연관산업과 스마트카 테스트 베드(Test Bed)를 비롯한 부품산업 기반이 광주에서 구축되기를 바란다.
기업의 해외이전(Shoring)은 대상국의 임금인상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본국으로 유턴하는 현상이 증가 중이다. 중국을 빠져 나가는 기업이 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곧 나타날 것이다. 미국 리쇼어링(Re Shoring) 정책을 주목한다. 강력한 지원정책을 편 결과 기업 회귀율은 ‘12년 10%에서 최근 24%로 증가했다. 광주공장의 가치와 생산시설을 눈여겨보며 삼성이 미래를 설계하면 좋겠다. 이사를 가더라도 조강지처와의 추억은 부디 잊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