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무엇으로 사는가?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김상봉의 말은 파장을 몰고 왔다. 그는 지난 5일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실체가 없는 이미지 사업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직무 포기 때 던진 말이다. 파장은 치명적이다. ‘실체’의 유무는 도덕적 책임까지 묻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장현 시장은 곤혹스럽다. 자동차 100만대 사업에 ‘광주형 일자리’는 관련성이 높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발표를 앞두고 있어 악재임이 분명하다. 공무원 전공노 가입으로 불씨마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시의회의 결정은 반전에 가깝다. 시가 요청한 일자리위원회 설치안이 지난 8일 조례제정을 통해 승인됐다.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 등을 이끌어갈 컨트롤타워가 조성된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실현하기 위한 위원회이다. 광주시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노조와의 순회 대화가 진행 중이다. 향후 시민의 힘과 노동계, 청년계의 목소리들이 한데 섞이게 될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실체’없는 모양새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핵심은 기업의 평균보다 낮은 임금을 만드는 것. 대기업 생산시설을 유치할 수 있는 최대의 당근이다. 정부도 내심 관심을 보인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적 아젠다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진행해 나가는지 지켜보는 중이다. 시의 행보를 주목하며 예타의 규모를 가늠해 왔다. 광주시는 제3의 법인을 신설하고 소속된 신규 인력에 적정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자동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해답이고 청년일자리를 위한 고용전략이 될 수 있다. 윤 시장은 임기 전부터 이를 위해 박병규 사회통합추진단장과 함께 독일을 다녀왔다. 성공사례를 본 것이다.
이 일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다. 노동조합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임금체계와 노동시간 단축 등이 논의될 것이다. 시각에 따라 대기업 우호정책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곳곳에 지뢰는 널려 있다. 조심스러운 행보 속에 함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러니 ‘실체’가 보일 리 없다. 실체의 담보는 미래일 것이다. 미래에 대한 사전평가가 답이다. 혁신적 아이디어는 가능성의 통로부터 확보돼야 한다.
강정호 선수가 뛰고 있는 미국의 피츠버그시. 19세기 후반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6만개의 일자리가 줄어 정체된 도시가 됐다. 1982년 민관 파트너십이 개최되었다. 200명 이상의 지방 유지들이 모였다. 중공업을 벗어나 다양한 경제기반으로 이동하는 전략개발이 논의됐다. 이로인해 1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굴뚝을 없애고 소프트웨어를 장려해 ‘녹에서 꽃이 피는 도시’로 탈바꿈 시켰다. 이런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철강산업 기득권층과 노동자의 반발이 심했다. 다둑였던 것은 민관 파트너십이었다. 시민이 도시 변화의 주역이었다.
일자리는 박근혜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경기침체로 청년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 있다. 지구촌의 여파는 각 나라의 안방까지 파고든다. 세계경기와 연동돼 있으니 일자리 정책은 겉돌기가 쉽다. 남들이 갖지 못한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에서 ‘광주’라는 단어가 주목받는 이유다.
광주는 GRDP 26조로 전국 최하위다. 정치적 소외로 낙후된 도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산은 없지만 그러나 시민정신은 값지다. 그 정신에 주목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안한 것처럼 한(恨)의 문화를 흥(興)의 문화로 바꿔야 한다. 5·18 주먹밥 정신이 도시발전의 추동 정신으로 승화돼야 할 시점이다. 곳곳에서 충돌로 나타나는 다이나믹한 에너지들을 창조적 동력으로 전환시키자. 집단 간 부분의 합은 총합보다 크다. 협치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리더십은 소수 기득권층만의 몫으로 남지 않도록 출입구를 넓혀야 한다. 시민들의 판단은 언론보다 앞서 있고 그 시각은 날카롭다. 정치인들도 광주시민의 혜안을 배우는 중이다. ‘광주형 일자리’를 꿰뚫어 보는 시민의 안목이 중요하고 모든 힘은 거기에서 시작돼야 한다. 힘은 시민에게 있다.
척박한 환경일수록 꿈꾸는 자들이 모여야 한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만들어지고 실행에 옮겨지는 ‘계획의 원칙’은 정리돼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에 시민이라는 이름의 미래전략도가 부착되길 바란다. 갈 곳 없는 청년들을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